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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코로나19 봉쇄령 발령 이후 돌아보는 락다운의 문제점

뉴질랜드 락다운 봉쇄령 뭐길래

안녕하세요. 제가 뉴질랜드 뉴스를 제외하고는 참 간만에 포스팅을 하는 것 같네요. 오늘은 뉴질랜드 락다운 (봉쇄령) 발령이 시사하는 바가 뭔지, 봉쇄령에 따른 문제점이 뭔지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볼까 해요. 

저는 뉴질랜드에서 약 10년정도 살았고, 심심하면 SNS에서 한국 뉴스도 종종 보고 그랬습니다. 근데 이번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한국에서 대응이 너무 뛰어나서 봉쇄라는 단어에 ㅂ자도 꺼낼 필요도 없을 만큼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유지는 해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사업장 폐쇄도 딱히 이루어질 필요도 없다보니 한국 내에 계시는 분들이 다른 나라에서 내려진 락다운에 대해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하시거나 락다운으로 인한 경제적인 영향을 좀 가볍게 생각하기도 하시더라구요. 

엠비씨 뉴스

오늘 제가 본 MBC 뉴스 중에 이런 기사가 있었는데요. 댓글로 저 사람들을 비난하는 분들이 많았고, 왜 시위를 하느냐, 사람들 코로나 안 걸리게 하는 게 당연히 먼저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저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어느정도 이해는 됐습니다. 아.. 제가 저 시위하는 사람들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일단 요약하자면 락다운, 한국어로 봉쇄령이라는 건, 전국의 필수 산업으로 지정되지 않은 모든 업체와 시설이 문을 닫도록 강제하고, 국민들의 불필요한 이동을 법으로 막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생존에 필수적인 슈퍼마켓, 주유소, 은행, 병원, 약국 등을 제외하고는 가게나 시설이 문을 열 수 없으며, 국민들은 이런 가게에 가는 것 이외의 목적으로 집으로부터 약 20km 이상 나설 수 없습니다.

제가 막상 뉴질랜드에서 락다운을 4주째 겪다보니 "아.. 생각보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정말 힘든 거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은 그대로 나가거든요 ㅋㅋㅋ

뉴질랜드 돈

제가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가 아니라서 백퍼센트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가게는 열 수 없는데 가게 렌트비는 꾸준히 내야하는 현실에 좌절감이 드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영업자들 뿐 아니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아르바이트 하시는 분들도 물론 타격을 받았습니다. 파트 타임으로 아르바이트 하시는 분들은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열 수 없으니까 아예 수입이 없고,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도 급여 문제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입니다.

아주 운이 좋게도 저는 회사에서 월급 받고 집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이긴 합니다만 저랑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회사 사람들은 이번에 연봉이 코로나 때문에 깎였다고 슬퍼하는 것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뉴질랜드는 3월에서 4월로 넘어가는 시기에 회계년도가 끝나기 때문에 보통 그 때 연봉 협상을 하게 되고 대체로 연봉 상승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마침 코로나 때문에 연봉이 깎였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하면서 아이까지 챙기는 부모들은 학교나 유치원이 열지를 않으니 집에서 24시간 아이들이랑 씨름하느라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재택근무 중에 화상 회의를 하면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 회의 중에 애들 우는 소리, 짜증내는 소리 등등 그 잠깐 회의 중에도 난리인데, 하루종일 돌봐야 하는 부모님들은 참.. 존경스럽습니다.  

텅빈 마트 주차장

지금 당장 가게들이 있는 몰 주변이나 상가들을 가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정부에서 봉쇄령을 내렸다는 건 필수 산업으로 지정된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제활동을 금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근방 주차장은 이렇게 텅텅 비어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로에도 차가 거의 한대도 안 보이고 간간히 지나가는 경찰차와 필수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들만 있습니다.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락다운으로 인한 전국의 모든 사람들의 수입원이 없어질 것을 우려해서 자영업자들과 회사에게 "고용인을 위한 임금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는 긴급 조치를 내렸습니다. 즉 고용주가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들에게 락다운으로 인해서 정해진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경우나 전격적인 정리해고를 해야 할 상황에 정부에서 임금을 3개월 간 고용인에게 주라고 고용주에게 지급하는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와중에도 가지고 있는 연차 휴가를 쓰라고 강요하거나 보조금을 받아 놓고 지급하지 않고 있는 고용주들이 저렇게나 많습니다.  

뉴질랜드 총리 재신다 아던

내일이면 오후 4시에 뉴질랜드 총리 재신다 아던이 정부를 대표해 현재 내려진 봉쇄령을 연장할 것인지의 여부를 발표하게 됩니다. 지금 내려진 봉쇄령은 내려진 직후부터 4주간 지속되기로 했고, 이번에 연장하지 않는다면 4월 22일까지 지속됩니다. 지금 총리는 봉쇄령을 연장해 국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막느냐, 아니면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되는 것을 두고 보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국민들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다보니 세수가 걷히질 않고, 그렇지만 임금 보조금 지급을 위해 국고를 털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감염 내과 전문가들은 봉쇄령을 2주 이상 더 연장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무증상 감염자들까지 전부 색출해 내야 하고 지금 와서 봉쇄령을 해제하면 여지껏 억눌러온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되고 말아서 노력이 다 물거품 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경제전문가들, 자영업자와 이번에 락다운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본 모든 사람들은 봉쇄령을 정해진 22일까지만 하고 경제를 살아나게 하지 않으면 당장 말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늘은 부총리까지도 그런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는 락다운 때문에 나와서 시위하는 저 미국 사람들이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저들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만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ㅠㅠ 

다음 글에서는 뉴질랜드 락다운으로 인해 제 일상에서 달라진 점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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