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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달라진 나의 일상

안녕하세요. 지난 포스팅에서는 뉴질랜드 전국에 내려진 락다운이 시사하는 바가 뭔지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갔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락다운으로 인해 달라진 제 개인의 일상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제 시점에서 보고 느낀점을 쓰려고 하지만, 아마 지금 뉴질랜드에 계신 분이라면 저랑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우선 락다운이 내려진 이후, 출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게 허용되는 건 집 주변에 잠깐 바람쐬며 운동하러 갈 때와 생필품을 사러 가기 위해 잠깐 슈퍼마켓에 갈 때 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집에서 재택 근무가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컴퓨터만 있으면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대비해서 미리 노트북을 준비해줬습니다. 락다운 전까지는 집에 일거리를 가져오는 걸 극도로 자제했던 저였기 때문에 별로 책상도 따로 구비해두지 않은 상태였는데, 결국 이렇게 식사하는 테이블 위에 일거리를 늘어놓게 되었네요. ^^;; 너무 지저분해서 가렸지만 어쩔 수 없죠ㅠ_ㅠ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니까요..

회의는 화상회의를 합니다. 근데 회의 중에 종종 아이들 우는 소리가 들리거나, 엄마! 아빠! 소리지르거나, 부모님한테 이것저것 해달라고 부비는 걸 보게 되는데, 보고 있자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아이들이 회의를 방해하는 게 미안한지 눈치도 많이 보는 것 같고.. 유치원이나 학교를 못 보내니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 아빠가 관심 안 가져준다고 기분 나빠하고요.. 

그리고 한동안 손 놓고 있던 뜨개질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뜨던 목도리를 마저 다 뜨고, 완성하고 나니 실이 또 한참 남아서 비니도 하나 뜨고, 또 실이 남아서 장갑도 떴습니다 ㅋㅋㅋ 시간도 잘 가고, 하나 완성하고 나면 만족감이 뿜뿜! 해서 나름 기분도 좋아집니다. 마침 뉴질랜드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쓸모있는 뭔가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간만에 친구들이랑 게임도 합니다.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고, 그렇다보니 생전 안 하던 게임까지 같이 합니다. 덕분에 Steam 계정까지 이번에 만들었습니다. 친구들이 같이 하자고 해서 돈 주고 다운 받았는데 은근히 재밌는 돈스타브 투게더.. 굶지마 투게더! ㅋㅋ 제가 또 한번 뭐든 빠지면 끝까지 파는 성격이라 진짜 몇 날 며칠동안 미친듯이 했네요^^;;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사러 가면 이제 흔히 보는 풍경이 되어버린 텅빈 상가 주차장입니다. 딱 대형 슈퍼마켓 근처에만 차들이 있어요. 보통 때 같으면 주말이나 저녁시간이 되면 한참 붐비는데, 어차피 슈퍼마켓 말고는 다 문 닫았고, 딱 필요한 것만 사서 집에 가기 때문에 길에 보이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다니는 차도 거의 없습니다. 오클랜드인데도 아무 것도 없는 시골 마을 같은 느낌이 물씬 납니다.

대형 슈퍼마켓 앞에서는 내부에 들어가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서로 2m 거리를 유지하는 걸 돕기 위해 밖에 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식료품을 파는 곳, 중국식품점도 다 마찬가지에요. 카트를 끌고 가게 앞에 줄지어 서서 20-30분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운이 좋으면 빨리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한국식품점에서는 입구에서 일회용 장갑을 제공해서 끼고 들어가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에 반해, 중국식품점은 개인이 마스크를 가져오지 않으면 입장을 시켜주지 않더라구요. 현지 슈퍼마켓 입구에서는 손 소독제를 제공하지만 장갑이나 마스크는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기름값이 꽤 많이 싸졌습니다. 이전에는 리터랑 2불은 가뿐히 넘었는데, 지금은 리터당 1.87불 정도 해요. 사진을 찍었을 때는 봉쇄령 발령 후 1주정도 지난 시점이었는데, 생각보다 기름값이 많이 내려서 신기하다고 생각해서 찍어봤습니다.

아, 그리고.. 원래는 회사에서 일 끝나고 나면 헬스장 가서 한시간 정도 운동하고 퇴근했었는데, 헬스장에서 락다운 기간동안 문을 못 여니까 회비를 안 받는다고 해서, 마냥 좋아했는데... 집에서 일하고, 먹고, 자고, 일하고, 먹고, 자고가 반복되다보니 소위 말하는 확찐자가 될 것 같아요ㅠ_ㅠ 뉴질랜드는 밖에 잠깐 나가서 운동하고 오는 건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굳이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별로 안 생겨서 집에서 그냥 스트레칭만 하는 정도에요.

이렇게 4주정도 생활하고, 오늘 오후에 뉴질랜드 총리가 다음 월요일까지 락다운을 연장하고 화요일부터는 봉쇄령을 풀고 3단계로 하향한다고 하네요. 

느낀점을 간략하게 써보자면, 솔직히 처음에는 "집에만 있는 건데 뭐가 그렇게 힘들겠어!" 하고 의기양양했는데, 막상 4주 넘게 집에만 있다보니까 그냥 기분도 많이 다운되고, 여러모로 시무룩해지는 요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괜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항상 예민한 상태이기도 했구요. 그나마 저는 집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의 사람들이나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감히 상상도 못하겠더라구요.

모쪼록 전체적으로 감염이 감소 추세로 접어 들어서 좀 나아지길 바라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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