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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코로나 종식? 어디서 들으셨나요.. 저 뉴질랜드 사는데요...

뉴질랜드 코로나 바이러스 종식 가짜뉴스

안녕하세요..
일단 저는 현재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교민입니다. 뉴질랜드에 온 지는 꽤 오래 되었구요. 뉴질랜드 뉴스는 자주 봅니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빠른 정보 습득이 평소보다 더 중요하다보니, 신문 기사 많이 찾아 읽는 편이구요.. 블로그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사는 번역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 뉴스도 종종 봅니다. 한국을 떠난지는 좀 됐지만, 그래도 한국은 지금 어떤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요. 그런데 이번에 좀 많이 한국 언론에 실망했네요ㅋㅋㅋ 그저께부터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는 뉴질랜드 코로나 종식 뉴스에 눈이 휘둥그레 해지더라구요 ㅋㅋㅋㅋ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혹시나 궁금하실지도 모르는 한국인 방문자 분들을 위해.. 우선 짧게 팩트만 언급해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정부가 코로나를 다루고 통제하는 방식이 뉴질랜드와 다르다 많이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이해의 차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봉쇄령, 영어로는 락다운이라는 말이 생소하기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뉴질랜드 코로나 상황 요약
- 코로나 종식 안 됐습니다. 오늘 확진자 3명 추가되었습니다. 아래 현황표 참고하세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뉴질랜드는 한국 인구의 1/10 도 안됩니다..)
- 뉴질랜드는 코로나 통제를 위해 경보 수준을 4단계로 나누어 관리합니다. 
- 지난 3월 25일부터 어제 오후 11시 59분까지, 최고 수준인 4단계 봉쇄령이 내려졌습니다.
- 4단계 봉쇄령이 내려지면 슈퍼마켓, 은행, 주유소, 약국, 병원을 제외하고는 밖에 못 나갑니다.
- 일 하러도 당연히 못 가고,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업은 그냥 진짜 아예 일을 못 합니다.
- 온라인 쇼핑도 안 됩니다. 배송이 안 되니까요...  
- 아이들은 학교나 유치원을 못 가니까 집에서 홈스쿨링처럼 공부해야 합니다.
- 집 근처에 잠깐 산책하러 나갈 수는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 몰래 차타고 나가다가 고속도로에서 걸리면 쇠고랑 찹니다.
- 집 근처 동네 도로만 나가도 차가 거의 없고 경찰차만 종종 돌아다닙니다. 
- 오늘 (2020년 4월 28일 월요일) 부터는 경보 수준을 3단계로 낮춥니다.
- 4단계와 다른 점은 식당이나 가게들이 대인 접촉이 없는 선에서 물건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즉,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거나 고객이 선주문 후 가게에 들어오지 않고 물건을 픽업하거나 배달원이 물건을 집 앞에 놓고 가면 고객이 나중에 찾아오는 방법 등을 이용해야 합니다.
- 3단계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 하러 가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고, 밖에 마음대로 돌아 다닐 수 없고, 아이들은 학교/유치원에 가는 게 선택사항이긴 하지만 정부에서는 안 가는 것을 권고합니다. 전염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오죽하면 야당에서 "3단계가 4단계랑 다른 점은 KFC를 먹을 수 있다는 것 뿐"이란 말도 합니다.      

지금 이런 상황인데, 한국 언론사에서 뉴질랜드 코로나 종식! 이런 뉴스를 내보내니까 현지에 살고있는 저로서는 정말 어이가 없네요. 취재 없이 외신 뉴스만 가지고, 제대로 된 번역도 아니고 오역을 바탕으로 대대적으로 오보를 내다니.. 

코로나 현황 뉴질랜드출처: 뉴질랜드 헤럴드 오늘자 기사 - Covid 19 coronavirus: Health Minister David Clark says he hasn't breached lockdown rules for a third time https://www.nzherald.co.nz/nz/news/article.cfm?c_id=1&objectid=12328085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하면 감염자 수가 확실히 적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뉴질랜드 인구는 490만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나라입니다. 한국보다 국토 면적은 2배정도 넓긴 하지만요. 그리고 태평양 한 가운데에 조용히 떨어져 있는 섬 나라다 보니 아무래도 전염병이 지리적으로 봤을 때 잘 안 퍼지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확진자도 아시아나 유럽, 아메리카 지역의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나중에 생기긴 했지만 총리가 종식 선언을 한 적은 결코 없습니다. "지역 사회 무차별 확산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말은 한 적이 있습니다만..

뉴질랜드 코로나 종식 선언

지금도 당장 검색창에 뉴질랜드 코로나 종식만 쳐봐도 잘못된 정보를 담은 기사가 넘쳐 납니다. (지금 시각 28일 뉴질랜드 시간 9시에 보니, 많은 기사들이 "종식 선언"을 "승리 선언"으로 수정하긴 했네요.. 그래도 아직도 몇몇 메이저 언론사는 그대로 입니다.) 기사를 읽어보면 거의가 다 재신다 아던 총리가 종식 선언을 했다고 합니다만.. 총리 발표를 빼먹지 않고 시청하고, 뉴스를 번역한 저는 그런 걸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뭘 보고 기사를 쓴 건지 참 아리송 합니다. 제가 충격을 받은 점은 메이저 일간지를 비롯한 종편이나 타 언론도 여기에 가세했다는 점인데.. 아무리 해외 뉴스를 전할 때 CNN이나 The guardian을 대충 보고 쓴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줄은..

기사를 읽어보면 "어느어느 일간지/신문에 따르면 뉴질랜드 총리가 그랬다더라" 라는 식인데, 이런 식이면 집에서 제가 뉴스 번역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 싶습니다. 심지어 참고로 하는 일간지/신문은 현지 언론사도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이런 오보가 나오면, 저처럼 실제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인증해줄 수 있게 되어서 가짜 뉴스 확산이 조금이나마 지연/방지 되었다는 걸까요? 에휴..

총리의 발언 갈무리

참고로 여기를 누르시면 뉴질랜드 총리가 경보 수준을 3단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한 발표를 한 날의 발표문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어로 "종식"이라고 번역 될 소지가 있는 Elimination을 총리가 언급한 건 저 때인데, 보시는 것처럼 "Elimination은 0명의 확진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확진자가 생겼을 때 무관용(적으로 하는 철저한 대처)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라고 합니다. 뉴질랜드 뉴스를 전할 때 총리가 한 말만 참조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죠. 여러모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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