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맞아 혼자 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근처의 작은 섬마을 와이헤케 여행기 (하편) 입니다.
지난 에피소드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3일째 날이 밝았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도 날씨는 좋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물을 끓여 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주전자의 물이 끓기를 기다리던 중 아침 공기를 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지난 이틀통안 보지 못했던 수영장을 발견했습니다. ^^;; 제가 묵었던 숙소는 Hekerua Lodge 라는 배낭여행족들이 주로 머무는 곳인데 이렇게 풀장도 있습니다. 다만 풀안에는 저녁 몇시 이후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룰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아무튼 셋째날 아침 10시에 체크아웃 하기로 되어 있어서 풀장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그냥 떠나와야했는데 좀 아쉬웠습니다.
혼자 밖의 테이블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다른 일행이 옆에 와서 함께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먹었습니다. 이 일행은 숙소 건물 옆 부지에 땅을 며칠 빌려 자기 텐트를 치고 묵었던 텐트 족이었어요. Hekerua Lodge에서 텐트 사이트를 빌리는 것이 저처럼 방을 빌리는 것 보다 약간 쌉니다. 텐트 사이트를 빌리면 건물 내에 화장실, 부엌, 데크 등등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체크아웃 시간이 되기 전에 짐을 싸서 발길 닿는 곳으로 마음대로 걸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해변이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광경이 인상 깊습니다. 한 사람이 강아지를 데리고 해변에 산책을 나왔네요.
길을 계속 걷다가 하구처럼 보이는 강의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작은 강이 이어져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걷고있는 도로가 마치 물을 가르듯 나 있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곳의 반대방향 입니다. 날씨도 좋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요트들도 많고. 어디에나 그림같은 풍경이 보입니다. 바닷물도 에메랄드 빛이 도는 게 참 아름답네요.
그렇게 하릴없이 걷다가 특이하게 생긴 건물을 보았습니다. 왠 커다란 관광버스가 그 건물 주차장에 멈춰서더니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뭘까 궁금해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아래에 커다란 드럼통?이 보입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봤더니 와이헤케의 와인과 올리브유 같은 포도와 올리브로 만든 제품들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와이헤케는 와인으로 유명한 것은 알았지만, 올리브도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잘게 자른 빵을 올리브유에 시식하는 코너가 있어 와이헤케의 올리브유는 어떤지 한 번 먹어 봤는데 칼칼한게 약간 매운 맛 같이 강하게 났습니다. 올리브유면 기름일텐데 매운맛이 난다니 이상하지요? 저도 예상치 못한 매운 맛에 놀라서 콜록거렸는데 직원이 (예상과) 많이 다른 맛이냐며 친절히 물 한잔을 건넸습니다. 올리브유 대신 와이헤케의 꿀 제품을 하나 사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걸으며 언덕을 올랐습니다. 간간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긴 했지만 햇볕이 강해 땀이 비오듯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꼭대기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자 더 힘이 솟는 것 같아 열심히 걸었습니다.
나무 숲속을 헤치고 나온 곳은 드넓은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오네탕이(Onetangi) 해변이었습니다.
탁 트인 꼭대기에서 본 해변은 3일 내내 여행하며 봤던 바닷가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바닷가엔 사람이 열명도 채 보이지 않았습니다. 드넓은 바닷가와 새하얀 모래사장에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기분이 꼭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이색적인 기분이었습니다.
언덕에서 해변으로 내려오는 길을 따라 걸어와 화장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들어갔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모래사장에 잘 보이는 곳에 짐을 대충 두고 바닷물에 들어가 시원하게 수영을 즐겼습니다. 바닷물은 뜨거운 햇볕과 대조적으로 정말 차가웠습니다. 언덕을 오르며 흘린 땀을 시원하게 식혔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수돗가에서 씻은 후 옷을 갈아 입고 해변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생각보다 레스토랑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옆 테이블에 온 손님들이 데려온 강아지가 착하게 테이블 아래서 누워있어 찍어봤습니다.
테이블 아래 발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이윽고 주문한 식전 빵과 망고주스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어 스내퍼(참돔)에 다양한 야채와 크림소스를 곁들인 메인요리가 나왔습니다. 주황색 꽃잎이 흩뿌려진 접시가 탐스러워 보였습니다.
바다가 바로 내다보이는 레스토랑의 데크에서 조용한 식사를 즐기며 모처럼의 여유로운 여행의 마지막날을 만끽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선착장으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이 있었습니다. 핸드폰으로 버스 시간을 확인한 뒤 버스를 타고 바로 선착장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지갑에 고히 모셔두었던 선박 왕복 티켓이 있나 확인하고 배가 오기까지 선착장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선착장엔 꽤 사람이 많이 있었습니다.
선착장에 오리커플이 뒤뚱뒤뚱 걸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바닷가인데 오리가 있는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ㅋㅋ
오리 커플을 쫓아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침 제가 타야하는 배가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배에 올라 선내로 들어가 창가에 앉아 멀어져가는 섬을 바라보았습니다. 넘실거리는 파도와 구름이 흘러가는 파란 하늘. 점점 작아지는 섬의 모습에 아쉬움도 들고, 나중에 또 오고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와이헤케 섬은 오클랜드에서 배로 20분에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오클랜드에 가실 일이 있으시거나, 오클랜드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 멀리 여행 가는 것이 부담스러우시다면 가까운 와이헤케 섬에 한번 가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시와는 완전히 분리 되어있는 자연을 만끽 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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