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몇 년전 혼자서 했던 뉴질랜드 와이헤케 섬 (Waiheke Island) 여행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이 곳 뉴질랜드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꼭 한국의 추석같은 큰 명절?입니다. 뉴질랜드에는 한국에 비해 공휴일이 별로 없지만 보통 크리스마스 전후로 몰아서 길게 휴일을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때 여행 갔을 때 역시 크리스마스 때였는데 정말 큰 마음 먹고 오클랜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와이헤케라는 섬에 혼자 가보기로 했습니다. 일정은 2박 3일로 짧게 잡고 23일 토요일에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큰 맘 먹고 평소의 생활비에 비하면 나름 돈 많이 들여서 온 몇 년만의 여행인데 비가 오니 제 마음 속에는 천둥번개가 쾅쾅 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ㅠ 그래도 이왕 온 여행. 조금이라도 즐겁게 마음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신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우산을 쓰고 언덕길을 올랐습니다.
그 날의 목적지는 와이헤케 섬 북쪽에 있는 팜 비치(Palm beach) 였습니다. 제가 묵던 숙소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원체 걷는 걸 좋아하는 저는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 노래를 들으며 걸었습니다. 먹구름이 우중충하니 그득한 하늘에도 개의치 않고 우산을 쓰고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날씨가 좋지 않아서 바다색도 그리 아름답지 않아보여 좀 슬퍼졌습니다.ㅠ
해안가 근처에 자라고 있는 뉴질랜드 원시 고사리 종류인 실버펀(Silver fern)과 무슨 꽃인지 모르겠지만 보랏빛 부케같은 꽃이 들에 보여 몇장 찍었습니다. 약간 시들해져 아래로 꺾인 꽃을 모아 부케처럼 만들어도 봤습니다.
예쁜 꽃을 보며 울적해진 마음을 조금 달래고 발걸음을 돌려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했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찾은 다음 목적지인 섬 남쪽의 오스텐드(Ostend)라는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생각보다 버스는 금방왔습니다. 작은 섬이라서 배차간격이 안 좋은데 운이 좋게 바로 잡아 탈 수 있었습니다.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며 버스에 앉아있다보니 오스텐드에 도착했습니다.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이 아닌 땅이 깔끔하게 깎여 바다랑 맞닿은 곳이 나왔습니다. 비교적 좁은 만 안에 듬성듬성 떠 있는 요트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보니 서서히 먹구름이 개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금세 뉴질랜드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이 다시금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해가 들기 시작하니 방금까지 눈에 띄지도 않던 바다근처에 피어난 오렌지색 꽃도 예쁜 탐스러움을 발산했습니다.
기분이 또 금세 좋아지자 ^^;; 배가 고파왔습니다. 시간을 보니 어느샌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아침에 부지런히 준비해온 간단한 샌드위치와 생수를 꺼내 대충 해결했습니다.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때, 한 키위 노부부가 다가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동양인이 혼자 멍하니 바다를 보며 점심을 먹고 있는 게 신기해 보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부부의 딸이 와이헤케 섬에서 와이너리 하나를 소유하고 있단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딸을 만나러 놀러온 거라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두분께 갈만한 곳을 물었습니다. 근처의 Dead dog bay라는 곳이었습니다. 괜찮은 곳이다싶어 이후의 목적지는 그곳으로 정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뉴질랜드에는 사람이 많이 모일 만한 유유자적한 곳에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장비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판기처럼 아래에 동전을 넣으면 철판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고 30분정도 열이 유지됩니다. 차를 타고 여럿이 와서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바베큐를 먹으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부부가 알려준 저의 다음 목적지인 Dead dog bay라는 해안가는 오스텐드에서 버스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정류장에서부터 걸어가는 내내 길이 정말 예뻤습니다.
여긴 원래 구글 지도에서 보면 박물관으로 되어 있는 곳인데, 물속에서 자라는 식물들 (갈대 등등)이 있는 식물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정이 있는지 그 날은 문을 열지 않아서 길을 따라 내려가보니 또 다른 바닷가가 나왔습니다.
또 다시 아름다운 바닷가가 펼쳐졌습니다. 자세히 보니 조개껍질이 갯벌에 많이 있더군요. 땅을 파보니 주렁주렁 조개가 나왔습니다. 해감도 해야하고, 조개 캘만한 장비를 챙겨오지 않아 본격적으로 채집?을 하진 않았지만 근처의 얇고 넙적한 돌멩이로 땅을 파며 조개를 모아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로 뉴질랜드에서 잘 볼 수 있는 피피(pipi)라는 한국의 맛조개처럼 생긴 것과 코클(cockle)이라 불리는 한국의 바지락 비스무리한 조개가 많이 나왔습니다.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올라오는데 내려올땐 보지 못한 포도밭이 보였습니다. 와이헤케는 와인으로 유명한 섬이지요.
그리고 버스를 타러 가다가 만난 닭떼도 있었습니다. ㅋㅋ
위험하게 차도 가까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더라구요. 가까이 가면 도망가고. 햇볕이 따사로워서 그랬는지 주로 큰 나무 밑에서 풀숲을 뒤지며 먹이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닭들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피곤이 몰려왔습니다. 씻고, 인스턴트로 저녁을 때우고 나서 내일은 날씨가 제발 좋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이야기는 여기에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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