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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위해 타는 자전거 가볍고 좋은 자전거가 필요한가?

문득 몇 해전 기억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학교 선배가 자기가 요즘 자전거를 탄다며 저는 아무 관심없는 자전거 얘기를 신이 나서 하더군요. 

신나게 자전거 얘기를 하는 이분은 고등학교 때부터 약간 통통한 몸을 유지하던 분입니다. 대학 다니면서 좀 빠지는 것 같긴 해도 보통보다는 체중이 좀 나가는 편 이었습니다. 원래부터 운동과 거리가 멀고 정적인 취미를 주로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운동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반갑고 잘 됐다 생각했었죠. 

그런데 운동얘기는 금방 자전거 얘기가 됐고 자세히 얘기하자면 자전거자랑(?)이 됐습니다. 모든 취미 동호회에 있는 말이 '장비병'이죠. 이분도 역시 그 몹쓸 역병에 걸린 겁니다. 

사실 장비자랑이라기 보단 흔한 동호인들끼리의 장비관련 수다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분의 자전거는 동호회 나가서 얘기하면 그냥 쌀집 자전거 수준이지만 자전거 안타는 저를 붙잡고 얘기하기에는 편했을 겁니다. 장비병 거린 중환자들 사이에서 초급환자가 명함도 못 내밀다가 환자가 돼 보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서 신나게 얘기하는 것같이 보였습니다. 선배님께 미안하지만 그때 느낌이 꼭 그랬습니다... 

자전거는 아니지만 저도 돈 좀 들어간다는 취미로 동호회 활동도 해봤고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장비병이 얼마나 고치기 힘든 병인지 잘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인지 뒤늦게 시작한 등산은 아예 동호회에 들어가지도 않고 혼자 다녔지만 장비병환자는 진짜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남이사 양복바지를 입고 등산을 하든 팬티를 안 입고 등산을 하든 뭔 상관이라고 처음 본 사람에게 참견을 하는지... 

백운대 밑에서 2인용 텐트 풋프린트(저는 돗자리 대신에 이걸 가지고 다녔습니다) 깔고 김밥에 컵라면 하나 말아 먹고 앉아서 쉬고 있는데 옆 돗자리에 앉아 계시던 중년 남성분이 저에게 그러시더라구요. 다음부터는 등산복도 좀 제대로 입고 오라고... 참 할 말은 많았지만 그냥 눼~ 하고 말았습니다. 산밑에서 부터 자시고 올라오신 건지 이미 술기운이 꽤 있는 것으로 보였고 국립공원 산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면서 들려주시는 고견에 정말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제가 진짜 양복바지 입고 등산한 것은 아닙니다. 팬티도 입었구요... 나름대로 등산가의 느낌으로 입고 갔는데 그분이 보시기에는 영 허접한 옷을 입었었나 봅니다. 배낭도 그냥 이뻐서 산 노스페이스 핫샷을 메고 가서 그랬나.. 하여간 맘에 안 드셨나 봅니다.

다시 자전거 얘기로 돌아와서.. 그 선배는 자전거를 타려면 자전거가 최소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 자전거는 아직 입문단계에도 못 미친다고.... 그런 얘기를 한참 듣고 있자니 궁금해 졌습니다. 이 양반은 자전거를 타고 싶은 건가 좋은 자전거를 타고 싶은 건가? 그리고 그전에 운동을 하고 싶은 건가 자전거를 타고 싶은 건가? 또 한 가지 자전거를 타고 싶은 거라면 자전거를 운동을 위해 타는 것인가 자랑이나 장비를 보고 느끼면서 흐뭇해 하려고 타고 싶은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순 없었습니다. 너무 신나 있었고 질문하는 순간 서로 기분 나빠질 것 같아서요.

그리고 그 선배와 헤어지고 나서 정말 더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분명히 운동을 위해 탄다던 자전거인데 왜 가볍고 좋은 자전거를 그토록 원했던 걸까요? 장비병환자들에게 좋은 자전거의 정의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보통 좋은 자전거라 함은 타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큰 효율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할 겁니다. 더 큰 효율이란 같은 신체 능력으로 더 빠르게 또는 더 강하게 운동효과를 내주는 것을 말하겠죠. 

운동 효과를 원했다면 좋은 자전거 보다 진짜 쌀집자전거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비효율적인 자전거 일수록 운동이 더 많이 될텐데? 왜 운동하겠다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운동이 덜 되는 자전거를 욕심내는 것일까요? 자전거가 좋아서 운동을 더 많이 하게 될까.. 그것을 기대 하는 것 일까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네요.


운동으로 얻는 건강상의 이득보다 재미나 성취도 등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하는데 더 좋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좋은 장비가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만 그것을 고려 한다 해도 너무나 일방적으로 장비에 빠져있는 모습이 과연 본질이 운동인가 장비인가를 궁금하게 했습니다.

운동이란 조건 달고 시작하면 그 조건이 없어지거나 시시해지면 안 하게 됩니다. 포기하거나 나약해 졌을 때 합리화 하는 명분으로 그 '조건'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없는 사람이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것입니다. 운동 안 하던 사람도 예쁜 운동복과 좋은 운동화를 사면 당장이라도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납니다. 물론 이런식의 동기부여도 가끔 필요하긴 합니다만 그것에 너무 매몰되면 꾸준히 운동하기 어려워 집니다.

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운동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잘 집중하고 있는가 가끔씩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운동하다 장비병에 걸렸든 원래부터 장비병이든 장비병의 명분을 운동으로 내세우지 좀 맙시다. 개인적으로 장비병자체를 잘못됐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비병으로 남에게 상처 주고 무시하는 등 피해만 안주면 됩니다. 자전거를 닦는 게 취미인사람이 있고 타는 거, 보는 거, 등등등 자전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취미는 많습니다. 장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그것이 취미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취미와 취향을 남에게 강제로 적용하면 장비병 환자가 되는 겁니다. 환자는 되지 맙시다 좀... 특히 자전거나 캠핑하시는 분들요. 


아래의 장비병, 환자 라는 표현은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부 몰지각한 동호인을 칭하는 말이며 해당 취미를 즐기는 모든분께 불쾌감을 드리려는 의도는 없음을 알립니다.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작성한 글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나 보기 불편한 부분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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