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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생활한다면 영어이름이 꼭 필요한가?

영어이름에 대한 고민이 3년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영어이름이 과연 꼭 필요한 것일까? 라는 질문이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네요. 

한국을 떠나기 전 저는 영어이름을 만들지 않을 거라고 다짐 했습니다만 영어이름이 있음 좀 더 편하겠다는 생각은 많이 들었습니다. 영어이름에 관한 글을 몇개 찾아서 읽어보니 대체로 제가 생각하는 거랑 비슷했습니다. 

영어이름의 편리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결국 부모님이 지어주신 실제 이름 그대로를 쓰고 싶어하는 욕구가 내면에 있는 것이죠. 저는 한국이나 제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상한 이름 때문에 싫을 정도죠. 그래도 왠지 영어로 이름을 짓고 싶지 않더라구요. 뭔가 심술 같은 것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괜히 지기 싫어하는...? ^^;

저는 지금도 한국인은 한국식으로 성을 앞에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그랬다가는 외국인들이 엄청 착각을 할 것 같아서 그것은 양보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영어권은 각종 서류에 애초에 성과 이름을 분리해서 쓰게 되어 있어서 풀네임을 그대로 한칸에 쓸 일은 별로 없더라구요. 

솔찍히 말해서 영어이름을 가장 쓰기싫은 이유는 오글대서 입니다. 무슨 동호회 정모 나가서 닉네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죠. 솔찍히 온라인에서 쓰는 닉네임은 정형화된 이름의 틀을 벗어나서 아무렇게나 막 짓습니다. 그래서 인지 덜 오글거리는데... 영어이름은 진짜 오글거립니다. 애초에 외국에서 태어나거나 어렸을 때 외국에 왔다면 모를까 2,30년 이상 한국이름을 쓰다 갑자기 외국이름을 쓰는 것은 뭔가... 외국인인척 하려는 느낌이랄까요? 

또 한 가지 한국인이 선택하는 영어이름 대부분 다 거기서 거기죠. 아주아주 흔한 이름만 선택합니다. 존, 데이비드, 제임스, 토마스 등등... 전세계에 영어이름 쓰는 한국인 다 모아놓고 이름 정리해보면 50가지도 안될 겁니다. 한국인이 영어이름으로 이름 이라는 것은 본인의 정체성 그 자체인데 아무 특색 없이 그냥 다 같은 이름들 뿐입니다. 그렇다고 어감이나 그 이름의 어원, 뜻, 이름에 대한 이미지, 유행 등 아무런 감각도 없는데 나의 정체성에 맞는 영어이름을 찾아서 짓는 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심끝에 흔하지 않은 이름을 선택한다 해도 오그라들긴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더 오그라 드는 것 같기도 하구요.

몇개의 글과 수많은 댓글을 봤는데요. 한국인의 경우 유독 영어이름을 많이 짓는다는 결론을 나오더군요. 한국이름보다 더 어렵고 긴 다른 나라의 이름들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너무 길고 어려우면 앞쪽의 철자를 따서 닉네임으로 줄여서 부르긴 해도 본인의 본명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그리고 너는 한국인이면서 왜 한국이름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 분들도 많더군요. 그들이 보기엔 오히려 이상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다 본명 그대로를 쓰는데 한국인은 유독 영어권사람을 배려해서 자기 이름마저 새로 만드니까요. 

뭐가 맞다 틀리다 할 생각은 없습니다. 영어이름을 쓰냐 안 쓰냐는 본인의 선택이고 단지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을 뿐이죠. 저도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지만 결국 오그라들지 않는 이름을 찾지 못해서 한국이름을 계속 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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